10개월 아기를 키우고 있는 30대 후반 엄마입니다.
늦은 나이에 외아들인 남편을 만나 결혼했습니다. 직장도 집도 서울이었던 저는 경기도 토박이인 남편을 만나 경기도에 터를 잡고 살게 되었습니다.
평생 열심히 일하셨지만 한번의 사업 실패로 떠안은 빚을 십여년을 갚느라 노후 준비가 안 되신 친정 부모님을 대신해 내가 가장의 역할을 해야겠다.... 생각했던 저는 결혼은 꿈도 꾸지 않았었는데 남편은 적극적인 구애를 해 왔고...
이 남자와 함께라면 평범한 삶의 행복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결혼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시부모님 소유의 작은 다세대 건물에서 시부모님은 1층에 사시고, 전세를 빼줄 여력은 없으셔서 저와 남편이 반반 부담해서 전세금을 빼고 윗층에 살기로 했지요.
주위 사람들의 우려도 있었지만 남편에 대한 믿음도 있었고, 시부모님에 대한 연민도 있었고... 친정부모님의 빚을 함께 갚으면서 고단했던 20대 30대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살아본 적 없는 동네에서, 낯선 시부모님과 왕복 3시간의 출퇴근을 견디고 유도분만 전날까지 일하다가 보고만 있어도 사랑스러운 딸을 얻었고...
딸이 5개월 되는 때부터 다시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조금은 여유로운 임신기간을, 아이의 다시 오지 않을 순간들을 함께하는 조금더 긴 육아를 하고 싶었지만..
친정부모님도 시부모님도 노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 남편도 저도 양가 백만원씩의 생활비는 평생 각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친정부모님도 시부모님도 미안해 하시며 앞다퉈 딸을 봐주시겠다고 하셨고.. 자식들 다 키우시고 손주까지 키우시기 힘드신 걸 알지만 양가 생활비에 시터비까지 감당하기에는 제 능력이 허락지 않아 감사한 마음으로 일주일의 반은 시어머님이, 반은 친정어머니가 키워주고 계십니다.
제 직업이 입시학원 강사여서 다행히 1시까지는 제가 아이를 볼 수 있고 그 이후에 어머님들께 아이를 맡기고 남편이 퇴근하면서 찾아오고 있습니다.
제 상황에 대한 설명이 길었네요. 아침 7시에 아이와 함께 눈을 떠서 아이와 놀아주다 간단한 집안일들을 하고 출근해서 밤 12시에 돌아오는 생활이지만 아이와 같이 있는 시간에는 어떻게든 아이에게만 집중하려고 노력하는데...
원래도 주 6일 근무지만 4월달에 시험 대비가 있어서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요일까지 학원에 나가느라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어요.
남편과 시어머님이 딸과 함께 소풍 떠난 사진들을 카톡으로 받으면서 쓸쓸한 마음도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내가 직업이 있고, 보통의 직장인보다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어서
양가 부모님들께 사람도리 하며 살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생각했어요.
그런데 점점 딸이 저에게 오려 하지 않습니다.
딸은 주양육자가 시어머님으로 알고 있고, 늘 아이와 신나게 몸으로 놀아주는 아빠와도 애틋한데 정작 저를 보면 몸을 돌려 버립니다.
제딴에는 저에게 쓰는 시간 하나 없이 아이에게 집중한다고 하는 건데, 절대적인 시간이 문제인 건지 제가 좋은 엄마가 아닌 건지 자책이 들고 기운이 빠지네요.
*출처:미즈넷 미즈토크
댓글
섭섭해 할것 없어요
오히려 감사해 하세요
할머니한테 적응 못해 출근하는
엄마 붙잡고 매일 운다고 생각해보세요
그건 더 괴로운 겁니다
할머니들의 사랑이 대단한가봅니다
아기들은 시간이 지나면 엄마알아봅니다
한두달후가 되면 상황은 달라질꺼구요
너무 섭섭해하거니 자괴감 갖지말고
화이팅하세요.
청** |17.04.26
시간이 지나면 변합니다.
무조건 엄마가 최고입니다.
주위에 조카든 손주든 키운분들 말씀 들어보세요.
다 키워봤자 소용없다. 지 엄마밖에 모른다...이러시네요.
저도 워킹입니다.
형편상 저도 이손 저손 빌렸습니다.
지금요? 다들 서운해합니다.
엄마밖에 모른다고.
a**** |17.04.26
그것도 한때에요.
주위에 할머니가 애기키우는 분 많이 있는데 조그만 더 크면 엄마를 더 좋아하게 됩니다.
애기랑 많이 놀아주세요.
먹이고, 씼기고, 강제로 콧물 닦아 주고, 옷 입히는 엄마보다는 먹을거주고, 안아주고, 놀아주는 사람을 더 좋아하기는 하지만...
님도 애기한테 도움되는것만 하지말고 인기 작전도 많이 쓰시고요.
이*** |17.04.26
딸과 며느리의 역할, 거기다 또 어머니의 역할까지 해야하네요ㅜ
섣불리 말하기 뭐 하지만, 부모님과 시부모님께 효도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딸아이도 그렇게 바르게 클꺼같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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