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침묵 -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어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제공하는 상업/비영리 목적으로 이용 가능한 만해 한용운 님의 침묵
고등학교 시절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서 말하는 님은 국가다, 절대자다, 부처님이다 블라블라하면서
국어시간에 배운적이 있는데
그냥 그런거없이
한용운이 누군지도 모른채, 언제 쓰여진 시인지도 모른채 읽어보는 것도 좋은거 같습니다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을 희망으로 들이붓는
헤어질 때 다시 만날것을 믿는
님은 갔지만 님을 보내지않은 한 시인이 있을 뿐인거 같습니다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삶의 깊은 통찰이 경지에 달은 표현으로 표현되는 한국의 명시인거 같습니다
만해 한용운(1879~1944)
님의 침묵 시 - 만해 한용운 - 아름다운 시/님의 향기/한국의 시/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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