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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거리

중국에서 뜨는 이색 직업 ‘내연녀 퇴치사’

상하이는 중국 제일의 경제 도시입니다. 사회주의 중국에서 가장 자본주의적인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중국의 빠른 발전과 변화된 세태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곳입니다. 상하이에서 요즘 화제를 모으며 이른바 뜨고 있는 새로운 직업이 바로 '내연녀 퇴치사'입니다. 이름도 생소한 내연녀 퇴치사(小三勸退師)란 과연 무엇일까요? 중국어 뜻을 그대로 풀이하면 내연녀(小三)가 물러나길 권유(勸退)하는 전문가(師)입니다. 가정 불화의 원인인 내연녀를 설득해 떼어내고 가정의 평화를 지킨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중국 언론이 붙여준 이름입니다.

중국에서 뜨는 신종 직업이 ‘내연녀 퇴치사’?



얼마 전 취재를 위해 상하이 시내 중심가에 있는 내연녀 퇴치업체를 방문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혼인의원, 감정진료소란 문구가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혼인문제를 치료하는 병원이자 부부간의 감정문제를 진단하는 곳이란 뜻입니다. 몸에 병이 생기면 의사가 치료하듯이 내연녀로 인해 부부 관계에 병이 생기면 내연녀 퇴치사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이혼으로 인한 가정과 사회의 손실을 줄인다는 취지로 중국에서 처음으로 내연녀 퇴치사란 직업을 만들어 낸 사람이 바로 이 업체 대표인 '수신'(舒心) 원장입니다. 2001년 상하이에서 창업한 이 업체는 지금 전국 50여개 도시에 지사를 두고 전문 상담 직원만 300명에 이르는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창업자 수신 원장의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3,500여 명의 목숨을 살렸습니다. 20,000여 가정의 평화를 지켰고 9,000여 쌍을 재혼시켰습니다. 내연녀 퇴치사는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 발전의 산물입니다.”

‘내연녀 퇴치업’이 번창하는 이유?



내연녀로 인해 부부관계가 완전히 파탄나기 전에 이혼 전문 변호사보다 싼 비용으로 부부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내연녀 퇴치사, 이들이 번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중국 부자들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크레딧스위스가 지난 달 발표한 ‘글로벌 자산 보고서’에 따르면 5만~50만 달러의 자산을 소유한 중국의 중산층 인구는 1억900만 명으로 9,200만 명의 미국을 처음으로 추월했습니다. 경제 성장으로 돈이 많아진 중국의 남성들이 자연스럽게 젊은 내연녀를 찾고 있다는 게 내연녀 퇴치사들의 분석입니다. 사업으로 성공한 40~50대 남성들이 내연녀를 많이 두고 있다고 합니다. 공산당 고위 관리들의 행태도 내연녀 문화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시진핑 체제에서 부패 혐의로 구속된 중국 공산당 서열 9위의 정치국 상무위원 저우융캉도 CCTV 유명 아나운서 등 수 백 여명의 여성과 간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화권 언론들은 그에게 100마리의 암탉을 거느렸다는 뜻의 백계왕(百鷄王)이란 별명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며칠 전 중국 환구망(環球網)은 부정부패 혐의로 체포된 중국 고위 공무원 중 95%는 부인 외에 내연녀를 둔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고위층의 행태는 돈 많은 부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젊고 아름다운 내연녀를 두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내연녀가 부와 권력의 상징처럼 인식돼 온 것입니다.

중국 이혼율 급증 알고보니…‘내연녀’?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내연녀로 인한 갈등도 커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장쑤 성 하이먼 시에서 40대 부인이 20대 내연녀를 폭행하는 동영상이 SNS에 유포돼 논란이 일었습니다. 중국 인터넷에는 본처가 내연녀를 폭행하는 동영상이나 사진이 빈번하게 유통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혼율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12년 동안 중국의 이혼율은 꾸준히 증가했고 베이징과 상하이의 경우 이혼율이 30%를 넘습니다. 이혼의 70%는 원인이 내연녀 문제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혼율 증가와 함께 몸값을 높이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내연녀 퇴치사입니다. 하루 평균 20여건의 상담을 진행하는 수신 원장은 내연녀 퇴치사가 되기 위한 조건이 까다롭다고 말합니다.

“법률을 변호사만큼 알아야 하고 혼인상담사 자격증도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심리학도 공부해야 합니다.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춘 복합형 인재만이 이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들은 얼마나 벌까요? 노련하고 경험 많은 내연녀 퇴치사의 경우 1시간 상담에 1,500위안 우리 돈 약 30만원 정도를 받습니다. 몇 달 전에는 7명의 직원이 한 팀을 이뤄 두 달 동안 작업해 내연녀를 떼어냈는데 사례비로 50만 위안(약 1억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끊이지 않는 것은 내연녀 문제가 주로 돈 많은 부자나 권력층에서 생기기 때문입니다.

젊은 내연녀가 돈과 권력의 부속품처럼 여겨지는 요즘 중국의 세태는 하늘의 절반은 여성이 떠받치고 있다며 남녀평등을 강조하던 사회주의 혁명시기 마오쩌둥의 주장을 무색케 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비웃음을 사도 창기는 비웃음을 사지 않는다(笑貧不笑娼)는 옛 말이 다시 위세를 떨치고 있는 중국에서 내연녀 퇴치사의 등장은 어쩌면 필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황진성/베이징 PD특파원